獨斷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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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원연구

신지(臣智)의 우대호칭과 비격식호칭

부르칸 2012. 9. 13. 14:39

삼국지 오환선비동이전에 보면 해석하기 좀 애매한 구절이 있다.


<三國志魏志卷三十>

臣智或加優呼臣雲遣支報安邪踧攴濆臣離兒不例拘邪秦支亷之號


옛 신지(臣智)가 삼한(三韓)의 작은 나라들에 따라서 각각 부르는 형식이 달랐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인데 해석하는 자마다 서로 다르다. 이유는 삼한의 작은 나라와 신지에 대한 명칭에 대한 절구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위 구절을 해석하기 전에 우리말에 대한 이해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말에는 존칭접미사라는 것이 있다. “누구씨” 혹은 “누구님”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비존칭으로 쓰이는 것들이 과거에는 존칭으로 쓰이는 것들이 있다.


잘아는 “대 막리지(大莫離支)”의 “지”가 바로 존칭접미사이며 오늘날에는 비존칭으로 쓰여 “양아치” 혹은 “거러지(거지)” 등에 그 예가 보이고, “대보(大輔)” 등에 쓰이는 “보”와 “거칠부(居柒夫)”에 쓰이는 “부”도 과거에는 존칭이었으나 오늘날에는 비존칭으로 쓰며 “바보” 등에 그 예가 보인다.


우리말에 “지”와 “보”가 존칭이었다는 것을 머릿속에 담아두고 위 구절을 읽으면 잘 이해된다.

우선 절구는 아래와 같이 한다.


臣智 或 加優呼. 臣雲 遣支報, 安邪 踧攴濆. 臣離兒 不例, 拘邪 秦支亷之號.

우선 한 구절 한 구절 번역해보자.

臣智 或 加優呼:     신지(臣智)는 간혹 우대하는 호칭을 더한다.

臣雲 遣支報;       신운국(臣雲國)에서는 견지보(遣支報)라 하여 (우대하며)

安邪 踧支[1]:       안야국(安邪國)에서는 축지분(踧支濆)이라 하여 (우대한다)

臣離兒 不例:        신리아(臣離兒)는 격식을 차리지 않고 신지를 부르는 호칭인데

拘邪 秦支廉 之號:   구야국(拘邪國)에서는 (격식을 차지리 않을 때) 진지렴(秦支廉)으로 불렀다.


①의 문장에 대해서는 별다른 해설이 필요한 것 같지 않고


②의 문장을 보면…

신운국(臣雲國)은 마한(馬韓)의 신운신국(臣雲新國)을 가리킨다.

그리고 원래 공식명칭인 신지(臣智)을 우대하여 부를 때는 견지보(遣支報)라고 한다고 한다. 이의 뜻은 “큰지보”로 해석할 수 있다. 즉 “큰”을 “견(遣)”으로 음사하였고 우리말의 존칭인 “지”와 “보”를 연달아 뒤에 붙인 것이니 곧 “견지보(遣支報)”이다.


③의 문장을 보면…

안야국(安邪國)은 곧 변진(弁辰)의 안야국(弁辰安邪國)을 가리킨다.

그리고 공식명칭인 신지(臣智)을 우대하여 부를때는 축지분(踧支濆)이라고 한다고 하였는데 “축지(踧支)”는 아마도 신지(臣智)에 대한 안야국의 사투리가 아닐까 한다. 그리고 더 우대하는 존칭인 “보”를 “분(濆)”으로 음사하여 뒤에 더하니 곧 “축지분(踧支濆)”이 되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우대하는 호칭이다.

사람 일이 꼭 우대하여 부를 수도 없는 것이고, 꼭 공식명칭을 부를 수도 없는 것이니, 예의와 격식을 차리지 않은 곳에서도 부를 수 있는 호칭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비격식적인 신지(臣智)에 대한 호칭이 이 뒤에 나온다.


④의 문장을 보면

격식을 차지리 않는 신지(臣智)에 대한 호칭이 신리아(臣離兒)라고 하였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지”는 존칭이므로 이 존칭접미사를 빼고 “리아”라는 접미사를 붙였는데 오늘날 이와 비슷한 접미사는 찾을 수 없으나 고대에는 신분이 높은 자를 격식차리지 않고 부를 때 사용하였던 접미사였던 것 같다.


⑤의 문장에서는 격식을 차리지 않는 호칭인 신리아(臣離兒)에 대한 구야국(拘邪國)의 사투리가 나온다. 여기서 구야국(拘邪國)이란 변진(弁辰)의 구야국(弁辰狗邪國)이다.


격식을 차리지 않을 때에는 보통 “지” 라는 접미사를 빼고 “리아”를 붙여 “신리아”라고 한다고 하였는데 구야국에서는 “지”라는 접미사를 빼지 않고 “리아”를 붙였던 것 같다. 여기서 廉은 우리말로는 "렴"이나 지나인들의 현대 발음은 "lian(리안)"이니 결국 離兒(리아)와 같은 것이다. 그래서 삼한 대부분에서는 신지(臣智)를 비격식적인 장소에서 “신리아”라고 불렀는데 구야국에서는 진지리아(秦支廉)으로 불렀다고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1]攴으로 쓰여 있으나 支로 교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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